2012년 5월 20일 일요일

제2일_태산(Taisan)



청도역 플랫폼. 청도역은 고속열차와 일반열차의 역이 같아서 편하다. 내가 탈 기차는 중국의 최고시속을 자랑한다는 "G"계열의 열차. 우리나라의 KTX와 비슷한 고속열차로 KTX보다는 좀 빠르다. 태산까지는 약 1시간 반정도 걸린 듯 하다.


중국의 고속열차들은 현재속력을 계속 안내판에 보여주는데, 이 열차는 353km까지 속도가 났던것 같다. 지금은 313km/h.  2등석을 타고 왔는데, 뭐 시간이 짦아서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1등석은 한줄에 4명, 2등석은 1줄에 5명이다.


태안역에 도착. 태안은 태산에 오르는 관문도시로 "태산"으로 명칭을 변경한 일반역과 고속열차 전용인 "태안"역이 있다. 태산역은 태산 시내에 있으나, 태안역은 시내에서 좀 벗어난 곳에 있다. 태안역은 최근에 만들어졌는지 내가 가진 가이드북에는 표시되어 있지도 않아 적지않게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여행을 하면서 터득한 것은 무조건 모르면 "역앞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이었다. 여기서도 길건편에 버스들이 서는데, 지명을 모르니, 우선 "구역"이라고 적힌 버스를 무조건 탔다. 역에 가면 다른 버스를 타면 되니깐. 뭐. 난 여유있는 여행자였으니 무조건 버스를 탔다. 택시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우선 역 앞에 서있는 기사들은 구라가 심하다. 이것들은 여행객을 벗겨먹을 궁리만 하니....지도를 보고 대충 지리를 알고, 요금을 가늠하고 물어봐도 욕나오게 막 부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정말 택시를 타고 싶다면 우선 좀 걸어서 역에서 멀어져 그냥 지나다니는 택시를 타는게 좋다.




버스를 타고 태산역으로 이동하는데 약 15분. 그리고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그냥 태산역에서 호스텔 근처까지는 택시를 탔다. 역시 구글지도가 정확하지 않아서 한 20분 헤매이다가 겨우 찾아들어가 짐 풀고, 먹은 아침겸 점심.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먹을 곳이 없어서 중국에서 처음으로 먹은 빅맥. 영어로 주문하려 했지만 "빅맥세트"도 못알아듣는.....ㅡㅡ. 겨우겨우 손짓 발짓 해가며 주문하고 먹는데, 맛은 거의 비슷하다. 뭐 좀 다르다면 조금 짜다는. 그거 빼고는 거의 맛은 비슷하다. 가격도 비슷하고. 하여간 이번 여행에서는 꽤 많이 맥도날드를 이용한 듯 하다. 시간을 줄이려고 그런것도 있지만, 역시나 중국일반 식당은 혼자서 먹기에는 조금 번거롭고, 영어도 안통하고, 요리도 한가지만 시키기도 그렇고..,.좀 제약사항이 있었다.

원래는 이날은 대묘만 보고, 다음날 태산을 오를 예정이었으나, 호스텔 체크아웃 시간도 있고, 조금 연장해달라니 안된다고 하고 그래서 그냥 오늘 오르기로 했다.



여기는 홍문 코스의 입구. 되도록이면 오르기전에 먹을것과 물을 사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장사의 대가들답게, 정말 고도와 물건의 가격이 정확히 비례하기에 올라갈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입구에서는 물 한병에 1.5원정도 하지만 올라갈수록 올라서 마지막으로 물을 샀던 곳에서는 6원까지 줬던것 같다.

호스텔이 대묘 앞에 있었기 때문에 빅맥을 먹고 대묘를 돌아서 태산에 오르기 위해 홍문쪽으로 걸어갔다. 태산에 오르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천외촌에서 버스를 타고 중천문까지 오른다음 중천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부근의 남천문까지 직방으로 가는 방법과 홍문에서 그냥 걸어서 쭉 오르는 방법이 있다. 천외촌 코스로 오르면 1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그러면 태산의 껍데기만 보고 오는 것이기에 나는 홍문 쪽 코스를 택했다. 홍문에서 태산의 높이는 1545m, 정상까지 약 7000개의 계단을 올라서면 된다.


"제일봉"이라는 비석이 보인다. 중국에는 도교사상에 따라 "5악"이 있는데, 태산은 이 오악 중에서 동악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도 태산을 천하제일봉이라고 지칭하는데, 진시황이 태산에 올라 제사를 지낸 후 후대의 황제들이 태산의 대묘에 와서 봉선의식을 했다. 봉선응 황제가 자신의 치적을 신에게 알리는 의식. 따라서 이름 좀 있는 황제들만 봉선의식을 할 수 있었으며, 2500년동안 약 70명의 황제만 봉선의식을 했다고 한다.

석방 뒤쪽으로 홍문의 아치가 보인다. 드디어 등정의 시작.



홍문을 지나 좀 오르면 매표소가 보인다. 앞에 만선루가 보이는데 만선루에서 검표를 한다. 만선루 오른쪽에 매표소가 있다.


태산 입장권. 127원이나 한다. 거기에 보험료 2원까지. 총 129원. 한화로 약 24000원 정도. 미친가격이다. 정말 중국의 입장료는 터무니 없이 비싸다. 여행지의 대부분의 입장료들이 중국의 물가수준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비싼데, 다행히도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은게 다행이다. 그럼에도 정말 중국인들은 그 비싼 가격에도 관광지에 가면 정말 많다. 태산에도 어김없이 정말...많았다. 중국인들의 수입을 생각했을때 생각보다 비싼 가격인데도 말이다.


홍문길로 오르는 태산은 다 이렇게 계단으로 되어 있다. 그래도 오르기가 더 힘든었다. 내리막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계단을 올라야 하는 산행이기에 일반 산행보다 확실히 힘들었다. 여기에 산에 오를 수록 계단의 경사는 상상을 초월한다. 마지막 남천문 코스는 정말....거지말을 조금 더하면 그냥 절벽을 오르는 느낌.


꼬마들도 오른다. 태산을 오르면서 중국의 저력(?)을 느꼈다. 해발고도가 1500m이 넘는 산을 애를 않고 오른 엄마들 부터, 복장도 정말 다양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노스페이스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겠지만, 태산에 오르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평상복 차림이었다. 정장에 구두를 신고 오르는 사람, 심지어 치마에 굽있는 신발을 신고 오른 사람, 쪼리를 신고 오르는 사람도 보았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정말 많다. 중국의 대단함이라고 할까.


등반 3시간 정도 만에 오른 중천문. 이제 절반 정도 올랐다. 이미 중천문에 오르기 전부터 얼굴에 웃음기는 싹 가셨고, 중천문에 거의  얼굴의 웃음기는 싹 가시고,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물을 산에 오르기 전에 두병 사왔는데 이미 다 마시고 2병 정도 더 사마셨다. 얼마든 상관없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아까운줄 모르고 마셨다. 사막에 떨어진 사람의 심정이 조금이해갔다는... 

중천문을 지나치면 케이블 카를 타는 곳과 산행을 계속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 가면 케이블 카를 타고, 그냥 직진하면 남천문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앞에 보이는 황색 기와 건물 오른편으로 보이는 길이 남천문으로 오르는 홍문코스. 천외촌에서 버스를 타고 오면 황색 기와 건물 왼편 주차장에 내려준다. 가격은 편도 20원.

여기서 정말 한 20분 망설였던 것 같다. 걸어올라 갈까 아니면 케이블 카를 타고 그냥 올라갈까.. 그동안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보니 저질 체력이어서 온몸이 아파왔기 때문에 정말 더 이상 오를수 없을 것 같이 힘들었는데,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포기하는건 아니다 싶어, 언제 또 태산을 오를 기회가 올까 하는 마음도 들고 해서, 망설이다 터벅터벅 계단을 올랐다.


태산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에는 두 종류가 있어 보였다. 한 부류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다른 한 부류는 빈병을 모아서 파는 파는 사람들. 생각보다 빈병을 모으는 사람들이 많았다. 허름한 복장, 중국의 빈부격차를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저런 자루를 2개씩 역어서 긴 장대에 걸쳐 어깨에 매고 내려가는데 맨몸으로도 오르내리기 힘든 산행을 자신 몸 모다 큰 자루들을 매달고 오르내린다.



중천문을 넘어서면 이렇게 곳곳에 바위에 글들이 음각되어 있다. 중국의 역사가 보일 정도로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사람들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최근의 20세기에 들어서 남긴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이전시대의 황제나 유명한 문인들이 남긴것들이 많다.


운보교가 보인다. "구름위를 것는 다리"라는 뜻의 운보교, 구름이 자욱한 날에는 구름 위를 걷는 것과 같다 하여 운보교라고 한다. 점점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한다.




멀리 만장비가 보인다. 청나라 건륭제의 시를 새긴 석각으로 글자 하나의 직경이 1m나 된다.   천체 높이 23m, 너비는 13m 나 되어 상당한 거리에서도 그 석각이 뚜렷히 보인다. 중국인들의 스케일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이 안나오는 광경. 


드디어 십판반. 산동성이 한국과 가까워서 그런건지 아니면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인지 모르지만 한국어 해설도 있다. 해설 그래로 여기서부터 남천문까지 수직고도로 400m, 직선거리로 800m, 계단수로 1600여개가 남았다고 한다. 역산하면 현재 1100m 정도 올랐고, 약 5000개의 계단을 오른 셈. 여기서부터가 태산을 오르는 구간 중 가장 험난한 구간이다.
   

오르는 길에 물, 오이, 배, 레드불, 사과 등을 파는 상점들이 많은데, 계속 지나쳐 오다가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해서 사먹은 사과 하나. 8원 정도 준 것 같다. 밑에서 샀다면 절반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때 먹은 사과의 맛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한국의 사과에 비해 과육이 조금 덜 조밀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나름의 맛을 지녔다.


승선방.
선계로 오르는 문이라는 뜻이다.  여기서부터는 남천문까지는 정말 기가막힌 경사가 펼쳐진다. 승선방 뒤쪽으로 멀리 남천문이 보인다.


드디어 남천문. 아 드디어 올랐다.


남천문에서 내려다보면서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며, 고생좀 해야겠구나 하는 여유도 부려본다. 아찔한 경사. 십팔반에서 부터 이어지는 이 기막힌 코스를 다시 걸어내려가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지만, 난 시간도 그렇고 체력도 바닥나 있었기 떄문에 내려올 때는 그냥 케이블 카를 탔다.



남천문을 지나 천가(하늘거리)라는 석방을 지나치면 산 위의 평지가 펼쳐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중천문에서 남천문으로 바로 올라온 사람들과 합류하기 때문에 사람들도 많다. 상점들도 많고 심지어 호텔도 있다. 태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호텔인듯 하다. 그래서 호텔에서 자라고 호객행위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여기서 가장 좋은 대처는 그냥 시선도 주지 말고 대답도 없이 그냥 지나치는 것.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받아주면 정말 끈질기게 따라온다. 가장 좋은 대처는 묵묵무답에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최선이다.


승중이라는 석방을 지나친다.


일관봉에 올라섰다. 일관봉은 태산정상에서 경관이 가장 좋다는 자리이다.


일관봉에서 불쪽 능선을 내려다본 보습. 중국에서 이렇게 산의 능선을 보기라 쉽지 않다. 산동, 하남, 하북 지역을 여행하면서 이런 능선을 보기란 참 어렵다. 그냥 끊임없이 펼쳐진 지평선만 보이기에. 이런 경관은 중국인들에게는 감흥이 더 클것이다.


중천문까지 하산하는 편도 케이블카. 80원이나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건 왕복이 100원이라는 점.;;;;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태산. 높은 곳에 매달려 보는 풍광이 장관이다. 사진은 비록 이렇지만 실제로는 정말 장관이었다. 오랜만에 탄 케이블 카였는데, 조금 무서웠다는. 생각보다 케이블카를 타는 사람이 없어 혼자 타고 왔는데, 높이가 높아서 인지 정말 손에 땀을 쥐었다. 거리도 멀어서 생각보다 오랫동안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태산 명물이라는 전병 같은 것. 그냥 밀라루 같은 전병에 계란을 조금 넣고, 춘장같은 소스에 꽈배기 하나, 생파 한 줄기를 싸준다. 중천문에서 버스를 타기전에 배가고프기도 하고, 명물이라는 무슨맛일까 먹어보았는데, 생각보다는 그닥.

중천문에서 천외촌까지 오는 버스를 타고 바로 내려와 천외천에서 대묘 근처의 호스텔까지 걸어왔다. 그냥 가이드북의 지도를 보고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아 뚜벅뚜벅 걸었는데 거의 1시간 가까이 걸었다는;;;;;; 가이드북 지도의 한 블럭은 그냥 한블럭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닳았다. 안그래도 힘든데 거기에 1시간을 더 걸었다. 홍문에서 남천문까지 거의 5시간 정도 걸려 올랐던 것 같고, 내려오는데는 1시간이 안걸렸다.


호스텔에서 샤워를 하고 저녁 먹을 곳을 찾아 헤매이다 우연찮게 찾은 식당. 매운 닭요리 집이었는데 우리나라 찜닭과 비슷한 맛. 맛도 괜찮고, 친절하기도 하고. 물론 영어는 안 통한다. 짦은 중국어로 겨우 시켜서 먹었는데, 점원들이 외국인인 줄 알고 나서는 계속 쳐다봤다;;;;중국인처럼 생겼는데 외국인이라니 신기했던지..


태산에서 묵었던 Taisan international youth hostel.
생각보다 깨끗하고 쾌적했다. 뭐 공용화장실이 한층에 한 칸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애러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머지는 훌륭했다. 룸메이트가 2명더 있다고 햇는데,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호스텔에 짐만 던져두고 들어오지 않아서 떠나는 날까지 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혼자서 6인실을 마음껏 1인실처럼 사용했다.ㅋㅋㅋㅋ

저녁을 먹고 일기좀 쓰다가 심심해서 호스텔 근처에 바에 갔는데, 내가 첫 손님이었다는. 칵테일 한잔과 맥주를 좀 마셧는데, 바텐더가 영어가 되어서 올만에 이것저것 짦은 영어로 누군가와 대화도 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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