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3일 월요일

프롤로그(prologue)

16일동안의 중국여행.

그동안 그려놓았던 인생의 캔버스를 찢어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보다는 그 캔버스를 씻어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자리위에 새로운 청사진과 그림들을 그리고 싶었다.

옛 흔적은 새로운 그림 속에 묻히겠지만
어느날인가 그 그림 아래에서 옛 그림의 흔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에서
캔버스의 물감을 물에 흘려보내듯, 내 마음의 것들을 조금씩 흘려보내고 싶었다.

돌아온 지금.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흘려보냈나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인생에 아쉬움이 남지 않은 것들이 몇이나 있었던가.

어찌되었든, 16일간의 여행.
내 삶의 작은 이정표를 세우고 싶었다. 

** ** **


처음하는 배낭여행. 그래서 출발하는 날에도 사실 두려웠고, 출발하고 나서 몇일도 걱정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낮선 공간이 익숙해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삼일 정도 지나서는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익숙해 졌고, 어떻게, 무엇을 하는지도 알게 되는 순간 마음도 편해지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여행의 컨셉은 '걸어감' 이었다. 걷는 다는 것. 나의 일상을 떠나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걷는 다는 것 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다. 여행지의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방법은 걷는 것 밖에 없다. 발이 아닌 교통수단에 올라타는 순간. 여행은 그냥 여행이 아닌 '관광'이 된다. 그냥 눈앞에 스쳐지나 가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여행은 관광이 전부가 아니다.

시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귀를 통해 들리는 그들의 소리,
코를 통해 느껴지는 도시의 냄새,
발바닥과 근육으로 느끼는 도시의 촉감.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도시의 느낌.

이런 것들을 느끼는 것이 여행이 아닐까 싶다.

나의 체력의 부족함. 언어의 부족함. 자신감의 부족함.
많은 나의 한계와 부딪치는 여행이었지만.
그 한계가 나의 가능성에 대한 이정표이기도 하였다.  


** ** **


16일 동안의 여정.
약 5000Km의 이동거리.
10개의 도시를 방문했다.

청도(Qingdao)
태산(Taisan)
곡부(Qufu) 
제남(Jinan)
안양(Anyang)
정주(Zhengzhou) 
개봉(Kaifeng) 
낙양(Louyang) 
등평(Dengfeng) 
북경(Beijing)



여러번 중국을 여행했지만, 혼자 여행을 하면서 중국여행을 하는 작은 팁들을 느꼈다. '혼자'만의 시간을 좀 더 유익하게 하는 소소한 방법들이라 할까..


첫째, 여행은 시작은 언제나 역앞에서 시작되다.
중국의 시내버스는 많은 노선이 역 앞에서 시작하거나 역을 경유하고 있다. 그래서 역 앞에 가면 그 도시의 어느 곳이나 대부분 한번에 갈 수 있다. 따라서 숙소를 역앞에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둘째, 유스호스텔을 잘 이용하자.
생각보다 중국의 유스호스텔은 좋았다. 16일 중에 13일을 유스호스텔에서 잤다. 혼자 여행하는 배낭족에게 유스호스텔은 유일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소이다. 되도록이면 Dorm에서 자고, 거기서 각국의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여행의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중국어를 못한다면 유스호스텔은 유일한 안식처일수 있다. 생각보다 여행지에서 영어가 잘 안통하기 때문에 유스호스텔은 정말 꿈같은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그 지역의 여행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최적의 장소일 수 없다.

셋째, 몇 마디 중국어는 배워가자.
동부의 외국인 유입이 많은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간단한 중국어, 중국어 사전을 준비해가면 정말 유용하다.

넷째,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고 가자.
어디서 무엇을 보고, 방문할 것인지 확실히 정하는 것은 여행의 기본이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들을 충분히 알아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여행에서도 불변의 진리처럼 통하기에 귀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특히 중국 여행지에는 생각보다 영어설명이 적거나 없는 곳이 많다. 운이 좋게 그 곳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만나 가이드의 한국어 설명을 훔쳐 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런 기연은 무협지에서 주인공이 선대의 기연을 만나는 것만큼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여행지에서 무엇을 봐야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스토리를 가졌는지 가이드북에 나오는 간단한 설명을 넘어 다른 자료들을 충분히 찾아보고 여행을 떠나자.

다섯째, 필요한 것은 언제나 밖에서 사가야 여행비를 아낄 수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여행지에 가면 모든지 비싸진다. 그렇기에 여행지를 들어가기 전에 항상 필요한 것들을 사가는 것이 좋다. 특히 중국에서는 항상 물을 사먹는 것이 일상인데 보통 한병에 1.5원 정도 하지만 여행지에 가면 2~4배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여행지에 들어서기 전에 항상 필요한 것들을 사가자. 그리고 비상식량같은 출출할 때 먹을 것들도 사가면 좋다. 특히 중국의 땅덩이만큼 중국의 관광지도 큰 경우가 많기에 반나절로 부족한 곳도 많다. 그래서 중국인들도 관광지 안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중국인들은 정말 봉지 한가득 먹을 것을 사들고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거나 음식이 맞지 않다면 먹을거리를 사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여섯째, 선글라스, 우산, 선크림은 여행의 기본이다.
대부분의 중국 여행지는 실외에 있기 때문에 햇빛을 가릴 수 있는 것들을 챙겨서 꼭 착용하는게 좋다. 햇살이 쨍쨍거릴때 양산이 없다면 우산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국인들도 우산을 많이 쓰고 돌아다닌다. 겨울이 아닌 시즌이라면 꼭 챙겨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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